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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내가 ‘아이히만’이다

기사를 읽다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의를 느낀다. 그냥 단순히 욕 몇 마디가 아니라 “저거 어떻게 죽일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어떨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사를 공유하거나 그런 기사에 대해 멘트를 하는 건 정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래서 뭔가를 바꾸자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망국당 버러지 새끼들이 그러는 건 저것들이니까 하는 약간 나이브 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버러지들 외에 기사들은 살의를 넘어 절망이 느껴진다. 그 기사의 등장인물들이 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등장하지 않을 뿐 기사 소재로 사용된 사람들의 생각들은 내 주위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한 번씩 이야기 나누다가 보면 깜짝 깜짝 놀란다. 그제서야 왜 기사에 등장하는 일들이 특별한 게 아닌지를 또 한번 깨닫는다. 그냥 평범한 일들이라는 뜻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아니 왜곡되기 딱 좋은 말이기도 한, “악의 평범성”은 악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바로 “나”일 수 있음을 자각하라는 뜻이다. 반성하지 않고 익명으로 살아가는 순간, 그 “악의 평범성”이 나를 집어 삼킨다는 말이다. 의심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말이다.

조금만 움직이다가 보면 서로 맞주할 수 있는 존재들이 어느 순간엔 ‘아이히만’이 된다. 그건 당신이 아니라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심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공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직은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내가 ‘아이히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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