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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서정주

시인 윤동주의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소똥 냄새나는 서정주의 시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런 현상이 더해진다. 어쨌든 서정주의 시어에 대해 누군가 그랬다.

“그의 시적 언어는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표현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알 수 있게 하는 언어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이 평가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윤동주 시인의 생일이 얼마남지 않아 글을 하나 읽었는데 또 여지없이 마무리는 서정주다, 뎅장. ㅋㅋㅋ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아조 할수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도라올수업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같이 스러진것들의 形象을 불러 이르킨다.
귀ㅅ가에 와서 아스라히 속삭이고는, 스처가는 소리들. 머언幽明에서 처럼 그소리는 들려오는것이나, 한마디도 그뜻을 알수는없다.

다만 느끼는건 너이들이 숨ㅅ소리. 少女여, 어디에들 安住하는지. 너이들의 呼吸의 훈짐으로써 다시금 도라오는 내靑春을 느낄따름인것이다.

少女여뭐라고 내게 말하였든것인가?
오히려 처음과같은 하눌우에선 한마리의 종다리가 가느다란 피ㅅ줄을 그리며 구름에 무처 흐를뿐, 오늘도 굳이 다친 내 前程의石門앞에서 마음대로는 處理할수없는 내 生命의 歡喜를 理解할따름인것이다.

섭섭이와 서운니와 푸접이와 순녜라하는 네名의少女의 뒤를 따러서, 午後의山그리메가 밟히우는 보리밭새이 언덕길우에 나는 서서 있었다. 붉고 푸르고 흰, 전설속의 네개의바다와같이 네少女는 네빛갈의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늘우에선 아득한 고동고리. … 순녜가 가르켜준 上帝님의 고동소리.… 네名의少女는 제마닥 한 개ㅅ식의 바구니를 들고. 허리를 굽흐리고, 차라리 무슨 나물을 찾는것이아니라 절을하고 있는 것이었다. 씬나물이나 머슴둘레, 그런것을 찾는것이아니라 머언 머언 고동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는것이었다. 後悔와같은 表情으로 머리를 숙으리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잡히지아니하는것이였다. 발자취소리를 아조 숨기고 가도, 나에게는 붓잡히지아니하는것이였다.
淡淡히도 오래가는 내음새를 풍기우며, 머슴둘레 꽃포기가 발길에 채일뿐, 쌍긋한 찔레 덤풀이 앞을 가리울뿐 나보단은 더빨리 다라나는것이였다. 나의 부르는 소리가 크면 클스록 더멀리 더멀리 다라나는것이였다.

여긴 오지 마… 여긴 오지 마…

애살포오시 웃음 지으며, 水流와같이 네개의 水流와같이 차라리 흘러가는 것이였다.

한줄기의 追憶과 치여든 나의 두손, 역시 하눌에는 종다리새 한마리, - 이런것만 남기고는 조용히 흘러가며 속삭이는것이였다. 여긴 오지 마…여긴 오지 마….

少女여. 내가 가는날은 도라 오련가. 내가 아조 가는날은도라 오련가 막달라의 마리아처럼 두눈에는 반가운 눈물로 어리여서, 머리털로 내 손끝을 스치이련가.

그러나 내가 가시에 찔려 앞어헐때는, 네名의 少女는 내곁에 와 서는 것이었다. 내가 찔레ㅅ가시나 새금팔의 베혀 앞어헐때는, 어머니와 같은 손까락으로 나를 나시우러 오는것이였다.

손까락 끝에 나의 어린 피ㅅ방울을 적시우며, 한名의少女가 걱정을하면 세名의少女도 걱정을허며, 그 노오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연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빠앍안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든 나의像처기는 어찌면 그리도 잘 낫는것이였든가.

정해 정해 정도령아
원이 왔다 門열어라.
붉은꽃을 문지르면
붉은피가 도라오고
푸른꽃을 문지르면
푸른숨이 도라오고.

少女여.비가 개인날은 하늘이 왜 이리도 푸른가. 어데서 쉬는 숨ㅅ소리기에 이리도 똑똑히 들리이는가.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있는가.

멫포기의 씨커운 멈둘레꽃이 피여있는 낭떠러지 아래 풀밭에 서서, 나는 단하나의 精靈이되야 내少女들을 불러이르킨다.
그들은 역시 나를 지키고 있었든것이다. 내속에 네리는 비가 개이기만, 다시 그 언덕길우에 도라오기만, 어서 病이 낫기만을, 그옛날의 보리밭길 우에서 언제나 언제나 기대리고 있었든것이다.

내가 아조 가는날은 도라 오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