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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어처구니 없지만 그냥 살란다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시간을 보니 12시가 가까이 돼서 후닥닥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에 일어나 씻는 걸 세상 구찮아 하는 닝겐이라 저녁에 씻는다. 그렇게 옷을 갈아 입고 나니 내 자신이 너무 웃긴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다니는 게 내 빠쑝이고, 겨울에는 목 폴라 티와 뚜꺼븐 패딩, 그리고 바지는 기모 츄리링 걸치면 겨울 빠쑝이다. 패딩도 겨울 내내 거의 같고, 안에 걸치는 목 폴라 티도 똑같은 제품에 똑같은 색으로 너덧벌 가지고 있다. 그러니 누가 보면 속으로 "저 닝겐은 옷이 없나, 맨날 똑같은 옷만 입네?" 할 판이다.

기관지가 약하지는 않은데 목에 찬 기운이 돌면 바로 목감기 드는 스타일이라, 이게 기관지가 약한 건가?, 어쨌든 목 폴라 티 없는 겨울 빠쑝은 상상도 못한다. 그리고 패딩도 여러 벌 필요도 없고 겨울 두 서너 달 입으면 끝이니 한 두 벌이면 족한데, 어디 빠쑝 쑈 나갈 일도 없으니 대충 입고 다니면 된다는 생각에 거의 안 바뀐다. 그러니 정말 하루 하루 수염 길이만 바뀔 뿐 옷차림은 똑같다.

멋내는 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내 꼴리면 그만이고 남들이 내 옷차림만 볼 정도로 내가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저냥 깨끗히 세탁하고 입고 돌아다니면 된다는 주의다. 참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뭘 바꿀 생각도 없지만 바꿔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어처구니가 읎지만서도 그냥 이래 사는 게 속 편하다. 뎅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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